2020년 초, 유럽 전역의 극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제히 문을 닫기 직전, 김주택은 라 페니체 극장에서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에서 벨코레 역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은 2003년 처음 선보인 베피 모라시(Bepi Morassi)의 고전적 연출을 되살린 프로덕션으로, 이제는 라 페니체의 대표적인 해석으로 자리 잡은 무대였다. 화려함보다는 전통에 기대어 구성된 이번 무대는 잔마우리치오 페르초니(Gianmaurizio Fercioni)가 디자인한 무대와 의상을 통해 소박하고 낭만적인 시골 마을의 정서를 따뜻하게 담아냈다. 모라시의 연출은 고전주의적 접근으로 대본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며, 등장인물의 동선을 이야기 흐름에 맞게 정교하게 조율하는 동시에, 작품 특유의 위트와 감성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켰다.

허세는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군인 벨코레는 김주택의 명확하고 자신감 있는 해석으로 생기를 얻었다. 라 페니체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바리톤답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했다는 평가와 함께 “어둡고도 맑은 아름다운 음색”과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모습으로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 막에서는 빠르고 복잡한 군무와 앙상블 속에서도 김주택의 절제되고 정밀한 연기가 중심을 잡아주었고, 벨코레가 패배를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그의 부드러운 음성이 장면의 분위기와 완벽히 어우러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 순간의 노래는 절제되었고, 진솔했으며, 극적 균형감이 뛰어났다고 평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