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김주택은 로마 오페라 극장(Teatro dell’Opera di Roma)에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역 피가로(Figaro)로 무대에 올라, 이 역사적인 극장에서 피가로 역할을 맡은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다. 다비데 리베르모레(Davide Livermore)의 연출로 구성된 이번 제작은 흑백의 대담한 색조와 라인 아트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시각적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마치 2차원 애니메이션 세계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중간중간 더해진 고채도의 색감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극적인 대비 효과를 이루었다.

이러한 상상력 가득한 무대 안에서 김주택의 피가로는 생기 넘치는 서커스 공연자와 같이 등장해, 성악과 연기 양면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의 뛰어난 바리톤 음성과 정교한 음악적 감각은 연출의 스타일화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으며, 카리스마 있는 무대 존재감은 연출이 그려낸 중심 인물로서의 피가로를 완벽히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