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김주택은 라 페니체 극장에서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 로드리고(포사 후작) 역으로 데뷔했다. 이번 공연은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지휘 아래 시즌 개막작으로 올려졌으며, 베네치아의 회복과 화합의 상징으로 기록되었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도시 전역이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으며 극장의 제어 시스템과 방재 설비가 손상되고, 리허설이 취소되었으며, 출연진과 오케스트라 모두 대피해야 했다. 연출가 로버트 카슨(Robert Carsen)은 자신의 집으로 출연진들을 초대하여 리허설을 진행했고, 오케스트라는 매일 트레비소까지 오가며 연습을 이어갔다.

공연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11월 24일 예정대로 막을 올렸으며, 전석을 매운 관객석 앞에서 루이지 브루냐로(Luigi Brugnaro) 베네치아 시장이 직접 연설을 했고, 개막 전에는 이탈리아 국가가 연주되어 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카슨 특유의 미니멀한 연출은 도시의 위기와 맞물리며 더욱 깊은 감정적 울림을 자아냈다. 장식 없는 어두운 무대는 작품의 심리적 밀도를 강조했고, 로드리고는 정치적 도구로 조종되는 인물로 재해석되었으며, 그의 죽음마저 하나의 정치적 계산으로 그려졌다.

김주택의 로드리고는 강한 찬사를 받았다. 평론가들은 그의 목소리의 “짙은 음색과 포르테에서 피아노까지의 극적인 다이내믹을 자유롭게 오가는 뛰어난 제어력”을 언급했으며, 음악적 프레이징과 무대 장악력 또한 돋보였다고 전했다. 출연진 가운데에서도 가장 뚜렷한 베르디 스타일의 보컬을 보여준 인물로 꼽혔으며, 특히 감정과 정교함의 균형이 뛰어났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감정적으로도 깊이 각인된 공연으로 남았으며,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탈리아 전역의 극장이 문을 닫기 전, 라 페니체에서 마지막으로 올라간 대규모 오페라 중 하나가 되었다.

김주택의 기여는 라 페니체 극장이 발표한 2020년 회계연차보고서(Bilancio di esercizio 2020)에도 명시되었으며, 그 해 선정된 55명의 ‘퍼스트 클래스 아티스트(First Class Artists)’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명단에는 단 11명의 바리톤만 포함되었으며, 한국인 성악가는 김주택과 베이스 임채준(Simon Lim) 두 명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