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김주택은 라 페니체 극장에서 열린 베르디의 아틸라 무대에 에치오 역으로 배역 데뷔했다. 리카르도 프리차(Riccardo Frizza)의 지휘 아래, 오다벨라 역의 소프라노 여지원 (비토리아 예오, Vittoria Yeo)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이탈리아 통일운동인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의 정신을 담은 작품을 풀어냈다. 아틸라는 1846년 라 페니체에서 초연되었으며, 훈족과 로마인의 전설적인 대립을 통해 외세 지배에 맞선 이탈리아의 저항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프로덕션은 이 정치적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워, 무대 배경을 19세기 오스트리아 지배 하의 이탈리아로 설정하고, 아틸라의 훈족은 외세로, 에치오와 그의 병사들은 이탈리아 애국자로 재해석했다. 실존 인물 플라비우스 아에티우스를 바탕으로 한 로마 장군 에치오를 연기한 김주택은 강력한 음성과 극적 존재감으로 베르디 오페라 중 가장 정치색이 짙은 역할 중 하나를 인상 깊게 소화했다. 그의 연기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음색, 정제된 이탈리아어 딕션, 그리고 악보 그대로의 ‘정확한 쉼표와 레가토’가 조화를 이루며 호평을 받았고, 한 관객은 “위대한 로마 장군은 이렇게 노래해야 한다”고 평했다.